이 소설은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현대 사회와 어른들을 비판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만 그 원인을 이해하기보다는 아파트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으며 동시에 현실에 대한 씁쓸한 마음이 든다.
1.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를 주는 꽃 한송이
이 소설은 조경이 아름답고 시설이 고급져서 모든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궁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밖에서 보기에는 완벽한 아파트이지만 얼마 전 할머니가 뛰어내린 불행한 사건이 두 번이나 발생한다. 이에 주민들은 대책 회의를 열지만 실제로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불행한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만을 걱정한다. 회의장에 어머니와 함께 온 어린아이인 주인공은 답답한 마음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어른들에게 쫓겨난다.
주인공이 어른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주인공도 힘든 일로 인해서 옥상으로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시멘트 바닥 틈에서 자라나고 있는 민들레 꽃을 보고 삶에 대한 의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어서 이 것을 어른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들이 자신이 없어지기를 바랄 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제적인 쇠창살이 아닌 민들레 꽃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 어린아이와 어른들의 대비를 통한 효과적인 주제 전달
이 소설은 어린이의 입장에서 바라본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어른들의 물질주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어린이의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점은 독자들에게 흥미를 자아낸다. 이러한 어린이 시점을 활용하는 것은 다양한 효과들이 있지만 주로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을 하는데 사용된다. 소설에서 주된 대비 구조는 궁전 아파트의 어른들과 주인공인 어린아이이다.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재발을 막기 위한 회의를 열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근본적은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물리적으로 쇠창살을 설치하려고 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이기심과 돈에 대한 욕심으로 뭉쳐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 준다.
반면에 어린아이인 주인공은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이런 비극적인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이러한 상반되는 구조에서 주인공의 깨달음은 곧 작가의 생각과 책의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함께 상징적인 소재들을 배치하여 글의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내는데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곳인 '궁전 아파트', 이웃과의 단절과 삭막함, 강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쇠창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민들레 꽃'등이 있다. 이처럼 이 소설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사건을 표현하여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적절한 상징적인 소재들을 활용하여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3. 40년 전에도 동일하게 발생하던 부동산 투기
이 소설은 197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국민 소득의 증가로 인해서 고질적인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었지만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서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빈부 격차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국가가 계획적으로 도시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이때 수많은 아파트들이 지어지는데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수도권은 경제 및 산업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인구가 몰려들게 되어 항상 주택수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집값은 빠르게 상승하였다. 특히 교통이 편리하여 직장과 거리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편의 시설이 발달한 강남 아파트값 매우 빠르게 증가하였다. 이후 아파트는 단지 주거의 목적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열풍과 투기가 이어지게 되었다.
물론 아파트값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비난할 수 없지만 비정상적으로 급격하게 집값이 오르게 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우선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게 되는데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단기간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이 돈을 활용하여 다시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투자를 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월급으로는 급격하게 오른 아파트값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아파트 구입이 더욱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돈을 투자할 기회 또한 사라지게 된다.
다음으로 집값이 폭등하여 돈을 쉽게 벌게 되면 일하여 돈을 버는 근로 소득에 대한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사람들은 성실하게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투기나 도박과 같이 한 번에 큰돈을 벌기 위해 집중한다면 이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후반의 이야기이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일한 문제로 인해서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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